안녕하세요.
갑자기 무서운 일을 당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글을 올립니다.
요즘 바람이 선선해서 항상 창문을 열어 놓고 있습니다.
제 방에서는 창문을 열면 밖깥쪽으로 한 20cm 폭의 공간이 있고 또 하나의 창문이 있습니다. 거기에 방충망이 쳐져 있고 안쪽 창문에는 방충망이 없어요.
방금전까지도 두 창문을 모두 열어 놓고 있었는데 바깥쪽 창문(방충망의 바로 안쪽)틀로 시커먼..무엇인가가 기어올라가고 있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광택나는 시커먼 유선형의 몸체와 긴 더듬이, 6개의 튼튼한 다리.
아.. 보는 순간 심장이 내려 앉는 줄 알았습니다.
이거.. 이렇게 큰 바퀴벌레를 본 적이 없어서 저게 귀뚜라미나.. 다른 벌레가 아닐까 생각했지만.. 그렇게 소름끼치도록 광택나는 검은 빛깔을 보니.. 아무래도 바퀴벌레가 맞는 것 같아요.
그 놈을 보는 순간.. 저걸 내가 잡을 수 있을까..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다가.. 아차.. 싶더라구요. 큰 바퀴벌레는 날아다니기도 한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어서.. 그 놈과 저 사이는 말 그대로 무방비 상태..
바로 옆에 있는 에프킬라를 집어들고 사정없이 뿌려볼까 생각했지만, 요즘 파리나 모기한테도 잘 안듣는 에프킬라를 뿌렸다가 괜히 저 녀석이 심기가 상해 나한테 달려들기라도 할까봐 무서워서 조심스럽게 그냥 안쪽 창문을 닫았습니다.
정말 미치겠습니다.
이 놈이 지금 내 방 창문 밖에 있는 거잖아요.. 아.. 어떻게 들어왔는지 너무나 궁금해요.. 바깥쪽엔 방충망이 있을테고.. 저 방충망 어딘가가 뚫렸나.. 아님 나 없는 사이에 내 방을 통해 거기까지 갔나..별의별 생각이 다 듭니다.
너무 끔찍해요..아.. 아직 크기를 말씀 안 드렸군요.
아까 너무 놀라 눈을 두 배로 뜨고 노려보고 있을 때 가늠한 크기로는
세로가 4~5 센찌 정도 폭이 2센찌 정도 되었던 것 같습니다.
다리는 어찌나 통통하고 튼실해 보이던지..
세상에 이렇게 큰 바퀴벌레가 있어도 되는 겁니까.
그것도 내 방 창문 바로 밖에요..
근데요..정말 불길한 건.. 예전에 한..일년전? 냉장고 옆에서 저렇게 큰..저거보다 약간 작은? 녀석을 본 적이 있어요. 지금 생각하니까 그 때도
너무 놀라서 에프킬라를 뿌려대다가 포기했었던 것 같아요. 그 녀석은 다시 냉장고 밑으로 도망갔는데.. 그 때 저는 그냥 저세상 갔겠지 하면서
스스로 위로했던 것 같아요.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바퀴벌레는 본 적이 없거든요. 오늘 이녀석을 보기 전 까지는요.
설마.. 그 녀석이 커서 지금 저기 있는 건가요?
아 그게 오히려 다행인지도.. 그게 아니라면 저런 녀석들이 저희집 어딘가에 서식하고 있다는 말이 아닌가요?
그러고보니.. 집에 개미가 있으면 바퀴벌레가 없다는 소리를 들은적이 있는데..(사실인가요?) 저희집에 예전에 개미가 엄청나게 많았었거든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요즘엔 개미를 한 마리도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그럼 이제 바퀴벌레와의 전쟁이 시작된 건가요?
그렇다해도 저렇게 큰 놈들이라면.. 그냥 항복하고 싶어요. ㅠ
저에게 용기와 지혜를 주세요.
저 녀석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리고.. 저희집 어딘가에 바퀴벌레 왕국이 생긴건 아닌가요?
내일 아침.. 제가 다시 저 창문을 열수 있을까요..
도와주세요..
1회용 위생장갑을 양손에 끼고,
왼손에 에어졸을 들고 오른손에는 파리채를 들기 바랍니다.
우선 창문을 아주 조금만 열고 에어졸을 처리한 후,
문을 열러 바퀴가 어디 있는지 확인하시기 바라며,
확인과 동시에 오른손에 들고 있는 파리채를 이용해 압사시키시기 바랍니다.
고객님은 충분히 하실 수 있습니다. *^^*
이후에 방충망의 틈새가 있는 지 확인해보시고요.
겨울 지나면 방충망 틈새여부를 재확인하고 보수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바퀴와 개미와의 관계는 뭐 서식지역만 다르면 한 집에서도 같이 살 수 있지만
서서히 영역이 확대되면 두 종족이 마주치게 되고
아무래도 단체행동과 개체수가 많은 개미들이 바퀴의 사체나 알집 등을
처리하기 때문에 (물론 힘없는 살아 있는 개체를 공격하기도 합니다.)
바퀴가 없어지는 경향이 있기는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