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쓸데 없는 글이지만 갑자기 궁금해져서요..
전 신경생리학을 전공하고 있는 생물학과 대학원생입니다.
제목이 생리학이다보니 제가 주로 사용하는 재료(?)는 흰쥐입니다. (Sprague-Dawley Rat, 커다란 흰쥐요..)
알팍한 석사논문을 완성시키기 위해 제 손에서 죽어나간 쥐가 몇마리인지는 도저히 계산이 안될 정도이지요.
그러다보니 그녀석들과 많이 친해집디다..
특히 제가 그들에게 많이 하는 애정표현(?)은 한 놈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물론 어미쥐한텐 못해봤어요..)목 뒷덜미를 살살 문지르는 것인데, 이렇게 하면 걔네들 눈이 스르르 감기면서 얌전해집니다.
물론, 그렇게 반쯤 재우고 나면.. 가차없이.. 허허...
그러던 중 오늘 학교에 오는 길에 버스정류장에서 가로수 주변을 배회하던 시궁쥐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시커먼 털에 지저분한 꼬리, 그러나 빨갛게 빛나는 눈.
순간 그녀석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목덜미를 살살 문질러주고 싶은 충동이 밀려왔으나 머잖아 이성을 가장한 쪽팔림에 밀려 사라졌습니다.
순간 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저는 교실 벽에서 쥐가 튀어나오면 피가 거꾸로 솟는듯한 공포감을 느끼며 책상위로 튀어 올라가는 평범한(?) 여학생이었던 것입니다.
실험으로 인한 과로와 스트레스 때문에 제가 이상해진걸까요?
경우가 많이 다르겠지만, 저와 마찬가지로 유쾌하지 않은 동물을 다루시는 분으로써 바퀴벌레나 나방이나 시궁쥐가 못견디도록 귀여워 보일때가 있지 않으신가요?
저도 솔직히 세스코에서 근무하기 전까지는 쥐, 바퀴는 무척이나 싫어했습니다.
제가 쥐랑 친해지게 된 계기는
실험을 위해 구입했다가 한마리가 남게 되었는데
어찌할까 하다가 그냥 케이지에 넣고 계속 키우게 되었죠.
맛난게 있으면 가져다 주고 가끔 케이지에서 꺼내
산책도 시켜주고 했는데, 덩치 큰 녀석이 좁은 공간에 오랫동안
같혀 있으니 근육이 퇴화되었는지 아니면 살이 너무 쪄서 힘든지
슬슬 걷기만 하더라고요. ^^;
한 2년 키우고 나니 제 팔뚝보다 더 커졌는데,
3년 못되서 자연사했습니다.
바퀴는 사육실을 관리하면서 조금 나아졌지만
먹이와 물을 줄 때,
미국바퀴가 가끔 탈출을 시도해 팔이나 다리를 타고 올라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는 아직도 소름이 돋습니다.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