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여름, 저는 대인기피증이라는 병을 앓고있어서,
집 밖을 나가지 못하고, 5개월 이라는 긴 시간동안 집안에서만
지내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도 집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그 5개월 동안 혼자 밖에 없는 그 집에서 매일 빵과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가끔식은 아예 밥을 먹지 않는 날도 있었습니다.
거의 처음 2개월 동안은 말을 아예 안하고 지내다 보니까, 발음이
서툴러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벌레들을 만났습니다.
(진심입니다, 답변 농담으로 해주시지 마세요) 어느날 방안에 멍하니
앉아있었는데, 어디서 사각사각하는 소리가 들려, 라면봉지를 치웠더니,
그밑에 바퀴벌레 한마리가 도망가지도 않고 더듬이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제가 조심스럽게 말을 걸어보았습니다. " 어디에서..왔니?.."
그러자 바퀴벌레가 말을 알아들은 듯이 더듬이를 몇번 돌리더니 자신이
사는 곳으로 기어가 그곳에서 다시 더듬이를 움직이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으로 저와 의사소통을 했던 것은 다름이 아닌 바퀴벌레 였던 것입니다.
저는 그 바퀴벌레에게 스미스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매일같이 스미스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고, 곧 스미스는 자신의 친구들을 소개해주
었습니다. 그래서 제 친구들은 20만 마리로 늘어났고, 각각의 이름을
붙이는게 제 유일한 낙이 되었습니다. 언제 한번은 폴이라는 벌레
한마리가 목구멍으로 들어가 고생을 했던 적도 있었고, 언제는
마이클 이라는 파리 한마리가 귀에 들어가 나올 때는 12마리가 되어
귓속을 빠져나온 적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벌레들과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는데, 어느날 20만마리에서 매일같이 1만 마리 씩 늘어
150만 마리 가 되었었는데, 갑자기 제 친구들이 80만 마리로 확
줄어든 것이 아닙니까,.. 그래서 전 스미스에게 물었습니다.
그러자 세스코에서 전 주택 해충박멸을 시작한다고 하더군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이 친구들이 없으면 전 삶의 의미가
없습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벌레친구들을 해치지말아주세요..
제발..